자유북한운동연합
 
북한의 변화와 통일에 대북전단이 결정적 역할 할 것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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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5년 봄으로 기억된다. 요덕수용소 구읍지구 산과 들에 ‘삐라’가 살포됐는데 너무나 낯선 풍경이라 두려움마저 들었다. 삐라 내용을 믿을 수는 없었지만 수용소에서 외부와 연계된 정보를 접하는 첫 순간이었다. 전단지 외에도 각종 먹을거리와 생활필수품들이 대형 풍선을 통해 날아와 수용소에 뿌려졌다.

뿌려진 먹을 것과 생활필수품들을 하나 둘씩 써본 정치범들이 늘어나면서 남한에서 보내는 풍선삐라는 우리의 희망이 됐다. 영원히 그곳에서 죽어야 할지 모르는 정치범들에게 대북풍선은 누군가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신호여서 생명줄 같은 존재였다. 

1990년대 중반 식량난으로 수백만이 아사(餓死)할 때 우리 국군의 대북전단 살포는 절정에 이르렀다. 삐라의 효과가 최고조에 이른 것이다. 그것은 식량난으로 사람들이 무더기로 굶어죽으면서 민심이 급격하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인민군대는 더 심각했다. 휴전선 정예군단에도 식량배급이 중단되면서 군인들조차 체제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휴전선 인근 인민군 부대를 타깃으로 한 우리 국군의 대북전단 살포는 엄청난 파괴력을 가져왔다. 인민군에게 살포한 라면, 비누, 치약, 치솔을 포함한 생필품과 전단지는 인민군이 자랑하는 사상적 무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 있었다.

김정일과 인민군 지휘부는 한국군의 대대적인 심리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체제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당시 한국군의 대북전단 살포는 어수선한 북한체제를 마구 흔들었다. 한국에서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남북정상회담이 논의되자 북한은 식량과 돈보다 먼저 삐라살포 중단을 요구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국군의 심리전 중단과 함께 2003년 노무현 정부의 휴전선 대형 전광판 철거를 기점으로 북한에 대한 모든 심리전을 포기했다. 김정일은 대북전단 중단으로 한숨 돌리게 됐고, 대북지원으로 무너져가던 체제를 다시 살리는 데 성공했다. 

한국 정부가 중단한 대북전단을 다시 살린 것은 대북전단을 직접 접하고 북한을 떠난 탈북자들이었다. 정부가 많은 예산과 전문 인력을 동원해서 진행하던 전단지 살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끊임없는 기술개발과 민간의 지원으로 일정한 정도의 규모를 갖추게 됐고 지금은 북한 정권으로부터 가장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최근 북한 지도부가 대북 풍선에 대해 극단적 반응을 보이는 것은 지도부의 권위가 전단지로 인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들이 보내는 전단지는 주로 김정은과 핵심지도부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특히 수령우상화의 본질을 알리고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에 대한 비판을 주로 하고 있다.

북한은 허상으로 만들어진 수령의 권위가 무너지면 곧바로 체제가 무너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수령의 권위를 세우는 일은 모든 간부들의 절대적 과업이 된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서면서 중국으로부터 고립당하고 대한민국으로부터의 지원도 모두 중단된 상태에서 북한은 최악의 경제난에 직면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한국군의 심리전으로 체제붕괴 위기에 몰렸던 당시와 유사한 위기가 재연되고 있다. 과거의 대북전단은 북한주민에게 정보전달의 역할이 컸지만 지금은 분노하는 사람들을 들고 일어나게 할 수도 있는 도화선의 역할을 하고 있다. 탈북자들의 전단지에 북한정권이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북전단은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응징이나 범죄행위에 대한 보복적 대응조치로 활용할 수 있다. 지금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전력화하고 우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진실의 무기를 우리 스스로 포기한다는 것은 아주 어리석은 일이다. 

전단 외에도 라디오, USB 등이 북·중(北·中) 국경을 통해 북한으로 스며들고 있다. 다만 휴전선 인근 대한민국은 막대한 경제적 기반을 가진 경기도, 서울이 인접해 있어 북한군의 상시적 군사협박의 대상이 되어왔기 때문에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북한을 자극하면서 공개적으로 살포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수의 탈북자들도 반대하고 있다. 최근 북한지도부는 전단 살포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하나는 전단을 구실로 북한 내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삼고 있다. 북한은 끊임없이 전단을 빌미로 긴장을 조성시켜 통제의 명분을 얻고 있다.

두 번째는 전단 살포를 활용해 남남갈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런 북한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공개적 전단 살포보다 비공개로 조용히 뿌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대북전단 살포는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그것을 살포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이미 많은 사람들의 피와 눈물로 이뤄진 것이다. 북한 주민의 자유와 인권도 거저 얻어지지 않는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북한내부에 다양한 정보들을 유입시키는 것은 결국 북한주민 스스로 민주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외부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특히 한국의 진보세력이 진짜 진보라면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앞장서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