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운동연합
 
우리에겐 탈북자라는 核미사일이 있다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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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3만명, 크나큰 통일 자산… 北 자본주의 최대 학습장 場마당
탈북자 달러 송금이 움직여 北 인권 국제이슈화도 그들의 功
정권 교체 선봉대 될 그들을 차별·홀대하는 건 전략적 오판


지금 이 시점에 개성공단의 진실에 가장 근접한 것은 탈북자 김태산(64)씨 아닐까 싶다. 정부는 개성공단 달러의 70%가 노동당에 넘어가 핵·미사일 개발 등에 쓰인다고 한다. 야당과 좌파 진영은 아니라 하고 있다. 어느 쪽이 맞나. 김씨는 양쪽 다 틀렸다고 증언한다. 우리가 지불한 달러는 70%도 아니고 100% 노동당으로 넘어갔다는 것이다.

김씨는 북한 경공업성에서 고위 관료를 지낸 외화벌이 전문가다. 그는 우리가 개성공단 근로자에게 주는 월급 150달러 전액을 노동당이 회수해갔다고 증언했다. 대신 노동당이 근로자 1인당 북한 돈 6000원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6000원은 북한 암시장 환율로 0.8달러다. 돈의 가치로 쳐도 150달러의 99.5%를 노동당이 가로챈 셈이다. 물론 달러 현물(現物)은 100% 노동당 금고로 들어간다.

김씨는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이런 요지로 증언했다. 개성공단은 100% 김정은 정권의 사(私)금고였다는 얘기였다. 흥미로운 것은 개성공단 폐쇄를 반대하는 측의 침묵이었다. 달러 전용(轉用)을 부정하며 그렇게도 큰소리 내던 사람들이 별 반박을 하지 못했다.

그것은 아마 김씨가 북한 달러벌이의 내막을 잘 아는 전문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는 북한 근로자들을 동유럽에 데리고 나가 '사람 장사'를 해본 인물이다. 북한이 얼마나 달러 착취에 혈안이 돼 있는지 생리를 꿰뚫고 있다.

게다가 김씨의 정보 소스엔 나름대로 신빙성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증언이 개성공단 현장 근로자들을 통해 파악된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내 '통신원'이 근로자들을 접촉한 뒤 중국 휴대폰으로 자신에게 알렸다고 했다. 월급 받는 당사자들이 그렇다는데 누가 아니라고 하겠는가.

애초 개성공단은 북한 변화를 위해 세워졌다.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끄는 전초기지가 되라는 목적이었다. 개성공단은 목적 달성에 실패했지만 진정한 자본주의 교습(敎習) 루트가 건재하다. 탈북자 송금 루트다.

탈북자 3만여명은 중국 브로커 등을 통해 북한 내 가족에게 달러를 보낸다. 액수가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이 흘러가는 곳이 400여개 '장마당'이다. 장마당은 개성공단과 비교도 안 될 만큼 강력한 시장경제 실험장이다. 개성공단이 전시용(展示用) 쇼윈도라면 장마당은 2500만 북한 주민에게 실전(實戰) 자본주의를 가르치는 곳이다.

장마당을 움직이는 최대 돈줄이 탈북자 송금이다. 탈북자 가족들은 송금받은 달러로 장마당에서 물건을 사고 장사판을 벌인다. 개성공단 달러는 노동당 금고로 들어가지만 탈북자 달러는 시장으로 흘러간다. 탈북자가 보낸 돈은 북한판 시장경제의 시드머니(종자돈)다. 개성공단 수십개가 못 할 일을 탈북자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 주민의 '의식화'를 가장 두려워한다. 독재 실상에 눈뜨고 시장의 가치를 알게 될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런 북한 정권의 아킬레스건(腱)을 찔러 대는 것이 탈북자 집단이다. 탈북자들에겐 막강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다. 그들의 정보망 앞에서 김정은이 감추고 싶어 하는 치부(恥部)가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북한 인권이 국제 이슈가 된 것은 탈북자들의 고발 덕분이었다. 대북(對北) 전단과 라디오 전파라는 진실의 바이러스를 쏘아 보내는 것도 탈북자다. 그들의 활동이 아니었으면 북한 민주화 운동은 성립조차 하기 힘들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비핵화(非核化)의 패러다임 자체가 달라졌다. 한·미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의 체제 전환 외에 방법이 없음을 공공연히 말하기 시작했다. 즉 김정은 정권의 교체다.

그 선봉대 역할 역시 탈북자들이 맡을 수밖에 없다. 신념으로 무장한 탈북자들의 노하우는 북한 체제를 변화시킬 최고의 무기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로 협박한다면 우리에겐 탈북자라는 핵미사일이 있다. 탈북자 집단은 북한 변화를 주도할 귀중한 전략 자산이다.

미국 정부가 탈북자 단체에 대한 자금 지원을 재개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북한 민주화 프로젝트에 기름을 붓겠다는 뜻이다. 뒷짐만 진 한국 정부와 대조적이다. 우리 정부가 탈북자 단체 활동에 지원하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주고 싶어도 야당이 반대해 줄 수가 없다고 한다. 기가 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탈북자들의 전략적 가치에 비해 우리는 그들을 너무도 홀대한다. 한국에 온 많은 탈북자가 차별과 무관심과 가난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에 실망해 제3국이나 심지어 북한으로 되돌아가는 탈북자도 있다.

2500만 북한 주민은 탈북자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본다. 탈북자가 한국 사회에 등돌리게 해서는 통일 자산으로 활용할 수 없다. 북한 주민도 우리 편이 되지 않는다. 핵무장론까지 나오는 마당에 탈북자라는 핵무기를 냉대하는 우리는 전략적 저능아임이 틀림없다./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