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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합 대표와 자유북한운동연합 회원이 ´김정일 독재 타도´ 등이 적힌 애드벌룬을 날리고 있다. ⓒ데일리안 변윤재 기자
자유북한운동연합, 수전 솔티 등과 함께 서해상에서 공개 살포
정부 중단 요청 불구 "북한 주민에게 바깥 세상 정보 알려야"
“이 작은 전단이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유와 인권의 희망의 빛이 되게 해주십시오.”
아침부터 간간히 내렸던 비가 그치고 하늘은 파란 빛을 드러냈다. 인천 연안부두를 출항한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난 오전 11시, 인천 대무의도 남서쪽 5마일 해상에 도착한 이들의 표정에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은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을 맞아 북한 체제의 허구와 김정일 독재 통치를 비판하는 대북 전단을 북한에 보냈다.
앞서 북한이 2일 군사실무회담에서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하면서 “앞으로도 계속될 경우 개성공단 사업과 개성관광에 부정적 영향이 초래되고 남측 인원의 통행 및 북한 체류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공언하자, 이에 정부는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탈북자단체들은 거부의사를 분명히 표시하면서 대북 전단 날리기 행사가 예정대로 진행될지에 관심이 쏠렸었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출항에 앞서 성명서를 통해 “통일부와 국방부는 언제부터 김정일의 눈치나 보고 그들의 적반하장에 움츠리고 떨게 되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자유와 인권, 민주의 확산을 위한 합법적 활동에 대해 김정일은 간섭할 자격 없다. 김정일이 발광하고 그의 호령에 국방부와 통일부가 떨고 있어도 전단은 더 많이 더 힘차게 북으로 갈 것”이라고 강행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자유북한운동연합은 “철저한 정보차단의 암흑 속에서 눈과 귀를 잃은 북한주민들에게 대북 전단은 핵보다도 위력한 무기”라며 “상식 있는 절대다수의 남북한 국민들과 국제사회는 인류의 재앙인 김정일은 마땅히 끝장내야 한다고 한결같이 외치는데 미치광이의 발작에 놀라 허둥대는 대한민국의 국방부는 비굴하기 짝이 없다”고 일침했다.
이같은 불편한 마음은 대북 전단 날리기 행사에 참석한 북한 인권 운동가 및 탈북자들의 표정에서도 나타났다. 대체적으로 밝은 얼굴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복잡해보였다.
공개적으로 대북 전단을 날리고,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끼면서도 북한 내부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이같은 행사를 우려하는 북한에게 우리 정부가 아직은 할 말은 하지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섞여 있었다.
대북 전단 날리기 행사는 2003년 7월부터 시작된 북한 인권 개선 및 민주화 운동의 하나다. ‘자유의 비둘기 보내기 운동’이라는 명칭으로, 김정일 독재정권과 북한 체제 비판, 남한의 실상을 알리는 내용을 담은 유인물 100만장 이상을 대형 애드벌룬에 실어 북한으로 보내왔었다.
그동안 대북 전단 날리기 행사는 조용히 진행됐었다. 현행법상으로는 위법이 아니지만 정부가 대북 전단 살포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기 때문. 2005년 9월에는 백마고지에서 대북 전단을 날리려다 경찰·헌병이 강력히 제지, 마찰을 빚기도 했다. 대북 전단 살포가 세간의 관심을 받게 된 것은 2006년 3월, 북한에 날려보낸 전단의 일부가 서울 한강시민공원에서 발견되면서부터다. 비닐하우스를 만드는 비닐로 제작된 애드벌룬을 일정시간이 지나면 전단을 매단 실의 매듭이 풀려 공중에서 전단이 방출된다.
이날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와 회원들, 수전 숄티 디펜스포럼 회장, 납북자가족모임 최성용 대표, 재미 북한인권운동가 남신우 박사 등 15명은 25톤급 낚싯배 2척에 전단 10만장, 수소가스통 15개, 애드벌룬 10개 등을 싣고 출항했다. 오전 11시 대무의도 인근 해역에서 배를 멈춘 이들은 길이 12m, 폭 2m의 대형 애드벌룬에 바람을 넣고 하나씩 북한 해주와 사리원 방향으로 날려보내기 시작했다.
대북 전단에는 6·25전쟁의 진실, 북한이 망한 이유, 김정일은 과연 어떤 인간인가 등의 소제목 아래 북한 체제의 허구와 김정일 억압 통치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김정일의 부인 9명과 자녀 관계 등을 도표를 통해 설명, ‘고매하고 자애로운 어버이 김정일’의 허상을 알리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난 9월말 박 대표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직접 전달한 것과 동일한 것이다.
이들은 애드벌룬을 띄우기 전 손을 맞잡고 “억압받는 북한 주민들에게 희망의 빛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로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애드벌룬이 하늘로 오를 때마다 “북한 자유” “수용소 해체” “독재종식” 등의 구호가 울러퍼졌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는 이날 대북 전단 날리기 행사가 4년만에 햇빛을 봤다며 “150~170여차례 진행됐지만 오늘처럼 많은 언론이 관심을 보인 적이 없었다. 부디 이런 관심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감회를 밝혔다.
박 대표는 “한달 전부터 행사를 계획했는데 기상이 안좋아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오늘 북동풍이 불어 전단이 북한 주민들에게 잘 전달될 것 같다”면서 “북한은 우리 탈북자들이 외부 정보를 알리는 것을 아킬레스건으로 여기고 있다. 남북경색의 책임도 적반하장격으로 우리에게 뒤집어 씌우는데 북한 주민에게 바깥 세상은 어떤 것인지 정보를 알려주는 게 우리의 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우리는 조국의 반역자도, 체제 악선전을 선동하는 이들도 아니다. 세계인의 일반적인 삶과 북한주민들의 그것을 객관적으로 비교하고 사실을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남북 관계의 경색은 금강산 관광객 피격 등의 사건으로 인한 우리 국민들의 분노의 결과이지, 대북 전단 때문이 아니다. 북한 주민들도 자유와 인권에 눈을 뜰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날린 애드벌룬 10개 중 7개는 북한쪽으로 무사히 넘어간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고 전했다.
북한 인권 개선활동으로 서울평화상을 수상한 수전 숄티 디펜스포럼 회장도 대북 전단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육지에서의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지만 오늘은 바다 위에서 전단을 날려 더욱 흥미로웠다”고 소감을 전한 뒤 “북한 주민들은 언론의 통제 등으로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에 대해 모르고 있기 때문에 전단을 통해 실상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 북한 주민들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리는 것이야말로 의미깊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숄티 회장은 기자들에게 “여러분이 더 열심히 일해서 북한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가 노력하고 있으며, 북한에 사실을 알리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음을 전해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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