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운동연합
 
[이승만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성골이요 진골이라고 선언하고 이를 법령으로 실천했다.]
 글쓴이 : 옮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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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농업사회가 다 그러했듯이 신라도 신분사회였다. 신라는 뼈대를 중시하여 골품(骨品)제도를 만들었다. 그 중에서 최상위층이 왕의 혈통인 성골(聖骨)과 진골(眞骨)이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1대 혁거세 거서간(居西干)에서 28대 진덕여왕까지 왕은 모두 성골이었고, 그 후 태종무열왕부터는 모두 진골이라고 한다. 「삼국유사」에선 법흥왕부터 진덕여왕까지만 성골이고 나머지는 모두 진골이라고 한다. 어느 것이 맞을까. 「화랑세기(花郞世紀: 화랑의 전기)」를 보면 드러난다.

근년에 이종욱이 심도 있게 연구한 화랑세기 필사본은 진본(眞本)과 거의 같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성리학자의 현실세계만이 아니라 상상세계도 훌쩍 뛰어넘는 내용이라 죽음보다 깊은 잠에 빠져 복숭아밭이나 거닐던[夢遊桃園] 조선말에선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도 그런 내용은 창작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주류 역사학자는 학문 발전의 원동력인 학문적 상상력이 대단히 빈곤한 집단이다. 최근에 주류로 급부상한 민중사학자는 이전보다 학문적 상상력이 더 빈곤하여 아무 거나 관념적인 민중과 사변적인 민족의 잣대에 꿰어 맞추는 것밖에 모른다. 이들이 각각 위서(僞書)로 주장하거나 설혹 진서로 받아들이더라도 일제시대보다 더 심하게 한국 고대사를 왜곡하여 안방극장을 대마초 가상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하여간에 화랑세기의 비밀 문을 따고 들어가면, 성골과 진골의 구별은 삼국유사가 맞다. 520년 23대 법흥왕은 율령을 반포하면서 왕궁에 사는 왕과 왕의 부모형제, 왕의 자식을 성골로 정했다. 김춘추는 진지왕의 손자로서 아버지 김용수가 왕위를 계승했으면, 자동적으로 성골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진지왕이 폐위되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 진골로 떨어졌다[族降]. 선덕여왕의 언니인 천명공주는 원래 성골이었으나 춘추의 아버지 용수와 결혼하여 왕궁 밖으로 나갔기 때문에 진골로 떨어졌다. 덕만공주(선덕여왕)와 그녀의 사촌 승만공주(진덕여왕)는 왕궁 안에서 계속 살았기 때문에 성골신분을 유지하여 여자로서 왕위에 오를 수도 있었던 것이다.

1998년 김대중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친북은 성골이 되고 좌파는 진골이 되는 강철 계기가 마련되었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은 520년 법흥왕의 율령 반포와 동일한 효력을 발생했다. 그 날 이후로 빨갱이란 말은 절대 쓰면 안 된다. 그러면 조작과 날조로 혹세무민하는 냉전적 사고의 민족반역자로 매도당한다. 북한인권이란 말도 공개석상에서 언급하면 큰일 난다. 그러면 반세기 만에 찾아온 민족화해에 고춧가루를 뿌리는 민족분열주의자로 몰려 방송과 인터넷이 조성한 여론의 죽창에 만신창이가 되도록 찔리는 수가 있다. 성골의 성골인 김정일이 달라는 대로 주고 윽박지르는 대로 바치고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묵묵히 ‘그이’의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분배의 투명성 어쩌니 저쩌니, 핵폭탄과 미사일의 비자금이 어떠니 저떠니, 그 따위 말을 퍼뜨리는 자들은 모조리 6두품 이하 상것들로서 민족을 핵분열 시키려는 사대주의자로 낙인찍힌다.

반세기 동안 친북 성골과 좌파 진골이 당한 수모는 옛 판결의 야금야금 번복과 새 판례의 차곡차곡 축적으로 새 왕족의 족보에 향기를 더하는 것으로 무한 보상 받는다. 그에 앞서 성골과 진골의 명예회복에 나선 으스스 [말]들이 헌법과 법률의 최고 해석가 나리들이 골똘히 생각하며 거닐다 여차하면 물웅덩이에 발목이 빠지는 산책길에 빨간 망토를 깔아 주었다. 대한민국에는 다행이랄까, 성골 왕은 김대중 왕과 노무현 왕으로 두 대로 끝나고, 진골 왕계는 이전의 모든 대통령을 싸잡아 역사의 쓰레기통에 집어 던지고 한국의 혁거세를 자칭한 김영삼 왕을 두 번 건너뛰어 이명박 왕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골은 바로 나다, 라고 이명박 왕이 선언했다가 수백만 성골과 진골 출신 갈문왕이 100일 밤 촛불 연등회로 강부자 정부와 고소영 본처를 저주하자, 이내 친서민정책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진골로 스스로 족강(族降)했다.

억세게 운 좋은 극소수 신혼부부에겐 녹색 땅을 빨갛게 파헤치고 그 위에 다음 왕대에 국가 부채로 둔갑할 부동산공사의 돈을 풀어 보금자리 로또 아파트를 덩그렇게 지어 주고, 가난한 대학생에겐 취직 못하면 영영 안 갚아도 되는 특별 알토란 장학금을 선물하고, 신용등급 7등급 이하에겐 대기업과 금융권의 팔을 비틀어 기부 받은 2조 원으로 조성한 도시형 농가 보조금으로 사채 이자 50%보다 10배 싼 5%로 매년 20% 적자를 보되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방긋방긋 미소금융을 제공한다. 무관의 성골과 진골이 귀족학교라 낙인찍은 학교에는 철퇴를 내려 무지 어려운 시험을 못 보게 하는 대신 전가의 보도로 선전되고 있으나 이미 사교육의 새 황금알로 각광받는 알쏭달쏭 입학사정관제로 뽑게 하고, 서민형 새 우수 학교는 일부 허용하되 실력과 돈과 신분과는 아무 관계없이 뺑뺑이 로또로 뽑게 한다.

무관의 성골과 진골에겐 이 정도로도 성이 차지 않는다. 당장 퇴위하라는 포문을 열어 연일 어지러이 쏘아댄다. 대북 폭탄 세일 그랜드 바겐도 성에 찰 리 없다. 우선 당장 발등의 불부터 끄라고 6.15민족헌장을 들이댄다. 북한에선 감 생산이 없고(실지로 북한에는 감이 없음) 곶감 빼먹기만 있으니까, 그랜드 바겐은 해마다 3천 달러 곱하기 2천3백만, 690억 달러를 안겨 준다는 의미인데, 그것도 무관의 성골과 진골의 성에는 안 찬다. 인명 피해와 관계없이 당장 금강산 달러단지를 열어 제치라고 난리법석이다. 당장 1만 톤이 아니라 100만 톤의 식량을 보내라고 야단이다. 그런데 한미 정상회담과 미북 선문답을 가만가만 되새김질해 보면, 펑펑 핵폭탄 선언이 곧 따를 듯하다. [말]의 속임수에 절대 안 속는다며 한미가 또 속아 주기로 단단히 약속할 듯하다.

일찍이 이승만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성골이요 진골이라고 선언하고 이를 법령으로 실천했다. 여자에게도 투표권이 주어졌고 대통령도 거지도 한 표만 행사하게 했다. 부자는 한민족 5천 년 역사상 가장 헐값으로 무조건 땅을 내놓고 하여, 전국의 200만 소작농을 200만 지주로 만들어 주었다. 남녀 누구나 어린이는 거적때기에 앉고 땅바닥에 글을 쓰더라고 학교에 가게 만들었다.

김일성 왕과 박헌영 갈문왕은 정반대였다. 성골은 노동자요 진골은 농민이라고 거창하게 사기치고 강제로 모든 걸 빼앗아 자기 패거리의 곳간에 쳐 넣었다. 한국도 그렇게 만들려고 폭동을 일으키고 외세를 빌어 전쟁을 일으켰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런 해괴한 속임수로 노동자와 농민을 사실상 국가노예로 만들고 극소수 패거리가 성골과 진골로 올라서서 자손만대 부귀영화를 독점하려는 자들을 국가와 국민의 주적으로 보았다.

노태우 대통령은 이제 성골도 진골도 없다, 모두가 보통 사람이다, 대통령도 보통 사람이다, 라고 선언했다. 그렇게 만든 헌법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김영삼 왕부터 대한민국 헌법은 얼굴 마담으로 전락되었다. 헌법은 민주의 시녀요, 법률은 민족의 종이다. 결정적인 순간마다 헌법의 아홉 수호자들이 소수의견을 섞어 친북 성골과 좌파 진골의 손을 들어 준다. 봄도 겨울이고 가을도 겨울인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 최성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