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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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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농장 사로청 부위원장 최은실
◆북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종사하고 있었으며, 일 외에 사회활동을 경험적이 있나.
학교를 졸업하면서 집단진출을 통해 국경지역에 위치해 있는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농장에서 농사일을 시작하였다. 농장에서 담당하였던 일은 알곡을 생산하는 작업으로 남한의
농사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집단 형태로 일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즉, 생산 목표가 주어지면 그 목표량을 달성하는 일이다.
농사일을 하면서 글쓰기를 즐겨하여 북한에서 <노동신문> 다음으로 유력한 신문인 <노동청년> 신문(현재는 <청년전위>로 명칭이 변경되었다)에 글이 실리고, 이어서 <함북일보>에 글이 실렸다. 이를 계기로 사로청 (사회주의로동청년동맹)의 최초의 여성 부위원장직을 맡게 되었다.
사로청은 북한의 17세에서 30세까지의 청년들이 필수적으로 가입해 있는 사회단체이다. 우리 농장에도 200명의 사로청원들이 있었다. 사로청의 조직 구성은 1명의 위원장과 3명의 사상·조직·경제 부위원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중 내가 담당했던 것은 사상 부위원장으로써 사상사업을 담당하여 중앙에서 내려온 지침을 통해 사로청원들을 학습시켰다. 한 달에 3번 '군'에 있는 상부에 사로청 활동을 보고하러 가야 했는데 내가 속해있던 농장에서 3시간을 걸어가야 되는 거리였다. 왕복 6시간을 걸어녔던 그때 그일 이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참 기억에 남는다.
◆사로청에서의 활동은 사상교양 학습 말고 또 무엇이 있는가.
사로청의 활동은 사상교양사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일 하기' 사업을 수행한다. 여기서 말하는 좋은 일 하기는 파동(동상을 만들기 위한 구리)을 모으고, 탄광과 같이 식량이 부족한 지역에 식량을 모아서 보내는 등 말 그대로 좋은 일을 함께 하는 것이다.
또한 사로청은 노동당원을 추천하는 주요한 기구이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노동당에 입당한 만한 사람을 추천한다. 북한에서는 정계에 진출하려면 반드시 노동당원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당원이 되는 방법은 사로청의 추천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하나가 군대를 가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여성의 경우도 군대에 가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군대에서는 노동당에 입당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또한 5년 동안의 군 복무를 마치고 제대하여 사회에 나오면 사로청에 간부로 등록되기 때문에 정계에 진출하려는 여성들이 많이 가는 편이다.
◆사로청의 최초의 여성 부위원장이라면 북한사회가 여성을 남성과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일하는데 있어서 남녀 차별을 거의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간부 선발 등에서는 여성들은 별로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어, 대부분 남성들이 주요한 직책을 맡는다. 그러나 1980년대 말의 경우 여성 간부를 선호하는 사회적 경향이 생겨 다수의 여성 간부가 등장하기도 하였다. 그 당시 북한 사회에서 여성 간부를 선호하게 된 것은 여성들이 남성에 비해 일을 이악하게 한다고 사회적으로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이악하다는 표현은 성실하고 근면하다 뜻이다. 여성들의 꼼꼼한 성격이 사회 생활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받은 것이다.
◆북한 사회를 보면 국가를 대가정으로 표현하는 것에서 보여지듯이 가부장적 질서가 눈에 띄는데 가정에서의 가부장적 정도는 어떠한가. 또한 남한과의 차이점을 없는가.
북한사회는 남한과 같이 서양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과거 전통 그대로 지닌 사회이기 때문에 유교적 질서가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여성은 남성에게 순종적이다. 가정에서 여성이 남성 즉 남편에게 반론을 제기하거나 큰소리 치는 일은 상상도 해 본적이 없다. 이와 같은 남성중심적인 사고방식은 어렸을 때부터 보고자란 그 모습이었기 때문에 특별히 부당하거나 나쁘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남한 여성들의 모습이 너무 하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간혹 있다. 이러한 북한 여성의 사고방식에 대해 남한에서 사귄 친구들은 조선시대 여성의 사고를 그대로 지니고 있다고 말하곤 한다.
◆북한에서 상상해본 남한여성들은 어떠한 모습이었나.
별로 상상해본 적 없다. 북한에서도 외곽지역에 살고 있어 별로 남한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특히 남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정치적·군사적 논의들이 오가기 때문에 그 속에서 여성들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다만 중국으로부터 들려오는 이야기를 통해 남한이 잘살고 있다고 하여 여성들도 잘 살고 있으리라 추측했을 뿐이다. 그러다가 1989년 임수경이 북한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남한여성에 대한 상이 그려졌다. 청바지를 입고 단발머리 찰랑거리며 자유분방하게 다니던 모습을 보고 남한여성들의 모습을 알게되었다. 그당시 북한에서 임수경의 인기가 무척 거셌다.
◆북한과 남한에서의 삶을 모두 경험해 본 입장에서 북한 여성과 남한 여성의 차이점이나 공통점을 발견한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또한 북한의 어머니상과 여성상이 남한과 크게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 점은 없나.
공통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북한여성들은 가정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산다. 북한의 경우 항상 생활에 먹고 싶고, 입고 싶은 것을 제약받아 왔다. 그래서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서 살아본 적이 없다. 여성의 경우 특히 가족을 위해서 희생을 하여야 했기 때문에 더욱 해보고 싶은 대로하지 못했다. 그런데 남한여성의 경우 가족보다는 자신의 삶을 더 중요시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고 사는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북한의 어머니는 40세 정도까지는 자신의 일을 하다가도 그 이후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것을 의무로 알고 있으며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남한 여성들은 젊어서도 60이 넘어서도 자신의 삶을 누리고 있는 것 같다. 그 차이가 매우 큰 것 같다.
물론 남한에도 북한여성과 같이 순종적이며 가정에 희생하는 여성들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남한의 텔레비전에서 보여지는 여성들의 모습이나 직장생활 속에서 만나는 여성들의
모습은 자기 하고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사는 것 같다.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여성들의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으리라 여겨지는데 어떠한가.
경제가 어려워지자 가정에서의 의식주 해결 문제가 모두 여성들의 몫으로 되었다. 장마당에 물건을 팔러가고 먹을 것을 구하고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정말 많은 고생을 하였
다. 북한여성의 경우 가정을 유지시키려는 책임감은 남성에 비해 훨씬 강하다. 의무감과 희생정신이 강하기 때문에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될수록 더 많은 짐을 지게 되었다.
◆북한여성은 북한의 교과과정을 살펴보면 '녀학생 실습'이 눈에 띄는데 이 과목의 주된 교육내용은 무엇인가.
여성이 가정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재봉일이나 뜨개질과 같은 일을 배운다. 또한 여성들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알아야 할 일들을 가르쳐 주기도 한다. 같은 시간에 남학생들은 '공작' 교과목을 통해 목수 일을 배운다.
◆북한 사회는 계급에 따른 성분구별이 존재하는데 만약 성분이 다른 남녀가 결혼하면 누구의 성분을 따르는가.
낮은 성분을 따라간다. 그래서 별로 성분을 무시한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성의 성분이 좋은 경우 가끔 낮은 성분의 사람과 결혼하기도 하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출세를 하
기 위한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별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북한에서의 하루일과는 평균적으로 어떠한가.
항상 6시에 기상한다. 여름에는 7시까지 출근하고 겨울에는 8시까지 출근하여 일을 한다.
퇴근은 여름의 경우 6시이고 겨울은 7시이다. 농장에서 일을 할 당시 겨울에는 일이 별로 없어 매일저녁 학습을 하거나 강의를 듣는다.
◆현재 남한에서 하고있는 일은 무엇인가.
작은 조명회사에 아는 분의 추천으로 들어가게 되어 경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근무하기 시작한지 5달이 지났는데 처음에는 무척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경리업무를 통해 남한
사회의 경제를 파악할 수 있는 계기를 가질 수 있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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