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운동연합
 
“대한민국에 오면 살 줄 알았는데···”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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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우리는 사람도 아니다...아직도 경찰만 보면 중국 공안이 생각나 벌벌 떨린다. 대한민국에 오면 살 줄 알았는데···”라며 울음을 터뜨리는 탈북 여성 이성해 씨. © 봉태홍 기자



“여기를 떠날 수 없어. 갈 데가 있어야 가지” 오열하는 탈북여성

세 여성 탈북자가 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통일부 앞에서 지난 22일부터 7일째 단식 농성 중이다. 채옥의(40세, 1990년 10월 탈북, 2006년 5월 입국), 이성해(37세 1995년 1월 탈북, 2007년 5월 입국), 박선녀(42세, 1995년 12월 탈북, 2006년 8월 입국). 탈북자이면서도 정착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 거리를 헤매다가 끝내 통일부 앞에서 단식이라는 극단적인 의사표시를 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체류국에서 10년 이상 생활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에 한해서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보호결정의 기준) 4항에 의거, ‘비보호’탈북자로 분류되어 탈북자로서의 보호, 정착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작년 1월 26일 개정한 이 법률은 제3국 체류기간을 '상당한 기간‘에서 ‘10년 이상’으로 바꿨다.

10년 전 북한을 탈출했지만 중국에서 숨어 지낸 것은 ‘생활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에 해당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중국정부가 탈북자를 난민으로 인정한 적도 없고 적발하는대로 조·중 국경조약에 의해 강제북송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중국에서 10년간 살았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하자마자 노숙자 가 됐다”며 “20여명 되는 ‘비보호탈북자’들 중 아직 주민등록도 발급받지 못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 단식 중이던 박선녀 씨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후 단식 농성 현장을 혼자 지키고 있는 채옥희 씨. © 봉태홍 기자


이성해 씨는 “중국에서 우리는 사람도 아니다. 인신매매로 팔려다니면서 애까지 낳고도 숨어지냈다. 중국 공안에 걸리면 강제북송되어 죽는다. 아직도 경찰만 보면 중국 공안이 생각나 벌벌 떨린다. 대한민국에 오면 살 줄 알았는데···” 말끝을 흐리며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이 씨는 농성 현장을 찾은 통일부 전승호 정착지원과장의 팔을 붙들고 “동생이 왔다 생각하고 살게 해 주세요. 네? 약속해 주세요. 여기서 정착 할 수 있게 해 주세요”라고 하소연 했다. “대한민국이 우리에게는 희망이에요. 살라고 왔지 죽으러 왔나요. 보란듯이 살아서 북한이 망하면 ‘살아서 왔다’하고 갈꺼예요”라며 말을 잇는 이 씨에게서 일말의 기대감이 보였다.


▲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가 통일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인 탈북여성들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 봉태홍 기자



채옥의 씨는 “지난 정권 때에도 통일부에서 전화해 준다 해놓고 6개월이 지나도 연락 한번 없었다. 전화를 수없이 해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며 원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박선녀 씨는 단식 중에 28일 오전 통일부 관계자와 대화 중에 실신해 쓰러졌다. 7일 동안 노상에서 비를 맞아가면서 단식을 하다가 탈진증세를 보인 것이다. 인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시 농성현장으로 돌아온 박 씨는 “중국에 두고 온 어린 딸을 데리고 오고 싶어도 살 곳이 없다”며 “통일부에서 우리를 살게 해주겠다고 약속하기 전에 여기를 떠날 수 없어. 갈 데가 있어야 가지”라고 오열하며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통일부 관계자는 말없이 자리를 떴다. 그는 이들에게 개인적으로 약속해 줄 것이 없어서이다.


▲ 28일 오후 탈북여성들의 단식 농성 현장을 찾아 온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들 © 봉태홍 기자


탈북자인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현 정부는 좌파정권이 북한정권과 맺은 6.15, 10.4선언을 인정하고 북한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탈북자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으로 나와 정권교체가 되었는지를 의심케 한다”며 “금강산 관광을 갔다가 우리 국민이 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하는데 탈북자들 신경이나 쓰겠는가”라고 했다.

박 대표는 거여동의 자신의 사무실을 얼마전부터 이 여성들에게 임시 주거 공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는 “정부가 조금만 배려를 해도 문제를 쉽게 풀 수 있을텐데 국정원과 통일부는 법 개정 운운하며 책임을 국회로 떠넘기고 있다”며 “조국이라고 찾아 온 이 땅에서 하룻밤만이라도 편히 쉴 수 있는 손바닥만한 공간도 허용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분노하고 절망한다”라고 한탄했다.


▲ 28일 통일부 앞에서 정착지원을 요구하며 7일째 단식 농성 중인 탈북여성들에게 지나가는 행인들도 관심을 나타냈다. © 봉태홍 기자



▲ "친북좌파정권이 만든 정착지원 개정악법 폐지하라!"등의 구호가 적힌 현수막이 통일부 입구에 걸려있다. © 봉태홍 기자


“체류국에서 10년 이상 생활근거지를 두고 있는 자에 한해서 보호대상자로 결정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법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

중국에서 숨어 지내면서 도망 다닌 사람은 10년 이상 살았어도 생활근거지를 둔 것이 아닌 것으로 예외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전승호 통일부 정착지원과장은 “중국에서 10년 이상 생활했어도 보호 대상이 된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 씨 등은 이미 보호 대상자 심의기구인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에서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현행법상 구제가 불가능해 관련 법률의 개정이 필요한 실정이다. 법 개정과 관련해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 일부 의원이 개정안 발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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