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운동연합
 
압박 탈출 노리는 北 특유의 '적반하장'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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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객 총격 피살사건 정부합동조사단이 7월 25일 오후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개한 故박왕자씨 시신수습 현장사진. 사진은 현대아산측이 촬영한것으로 지난 7월11일 현대아산직원들이 북한측과 함께 故박왕자씨의 시신(붉은 원안)을 수습하고 있는 현장 사진이다./연합자료사진



북한이 3일 ‘(지도부의) 위임을 받아’ 군부대 대변인 담화를 발표,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에 또다시 어깃장을 놓고 나섰다. 우리 정부가 북한측의 피격 경위 설명에 계속 의문을 제기하며 ‘진상조사’수용을 요구하며 압박을 강화해 나가자 금강산관광지구 내 남측 관계자 추방 등의 초강수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 북, “잘못 없다” 우기고 진상조사 거부

담화는 피격 경위에 대해 “지난 7월 11일 새벽 4시50분경 경계울타리로부터 북쪽으로 800m 떨어진 지점에서 정체불명의 침입대상(금강산 관광객 박왕자씨)을 발견, 우리 군인이 날이 채 밝지 않은 이른 새벽의 시계상 제한으로 남자인지 여자인지 식별할 수 없는 조건에서 신분확인을 위해 여러 차례 서라고 규정대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담화는 이어 “침입자는 (서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달아나기 시작했으며 공탄(공포탄)까지 쏘며 멈춰 세우려는 우리 군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도주하다가 끝내 발사된 총탄에 의하여 스스로 죽음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군사지역 안에서의 엄격한 군사적 대응 조치는 쌍방 무력이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 철저히 준수돼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이는 ‘일출시각을 전후해 식별이 가능한 시간에 민간인 여성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케 했다’는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주장이다. 그러나 우리측이 제기하고 있는 의문점에 대한 해명보다는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북측은 덧붙여 “군사통제구역에 불법 침입한 그가 죽음을 당하였으니 말이지 우리로서는 알고 싶은 것이 너무나 많다”는 말도 했다. 피해자 박왕자씨가 ‘다른 목적을 갖고 들어온 침입자’란 주장까지 펴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북한은 그러면서도 박씨가 50대 민간인 여성이라는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 ‘쇠고기 사태 탈출용’ 음모론까지

담화는 “남조선 괴뢰들은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무분별한 반(反)공화국 대결소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역사적인 6·15, 10·4선언 이행을 완전히 파기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통령의 남북대화 재개 제안에 대해선 “빈 넋두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고, 금강산 사건에 대한 국제공조 추진 노력은 “구차하게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추태”라고 비난했다.

특히 담화는 “이 모든 소동은 인민들의 생명권을 ‘미친소고기병’의 희생물로 만든 책임을 모면하고 비난을 우리에게 쏠리게 해보려는 유치한 정치사기극”이라고 했다.

남측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에서 빠져나가기 위한 카드로 관광객 사건을 활용하고 있다는 음모론까지 제기하며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 다시 꺼내든 북의 위기 고조 전술

북한이 이처럼 적반하장식 강공으로 나오는 배경과 관련해서는 ‘외부로부터 압박을 받을 때 오히려 더 강한 조치를 들고 나와 위기를 고조시키고, 그 과정에서 돌파구를 찾는’ 특유의 전술을 또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서재진 통일연구원 위원은 “북한이 합동조사는 안 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면서 타협·협상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려 한 것 같다”고 했다.

단기적으로 남북 경협 중단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절대 이명박 정부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정책적 판단 결과를 외부에 알리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사건 발생 20여일 만에 북 군부가 지도부의 위임을 받아 내놓았을 때는 북측의 입장 정리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담화에서 피격 경위에 대해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일방적 주장을 늘어놓은 것은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 보기 위한 것으로 풀 이 된다.

북한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시한(11일)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의도성을 가진 민간인 사살’로 규정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해져 있는 상태다. 북측은 사실상 최종 입장을 밝힌 만큼 당분간 남측 태도를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 남측인원 추방은 합의서 위반

북한이 ‘불필요한 남측인원을 추방하겠다’고 한 것은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를 위반한 행위란 것이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통일부 김호년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금강산 지구에 체류하는 사람이 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강제로 추방하는 것은 분명한 합의서 위반”이라고 밝혔다.

합의서에 따르면 ‘북측은 남측인원이 지구의 법질서를 위반했을 때 이를 중지시키고 조사한 뒤 남측에 통보하고 경고 또는 범칙금을 부과하거나 남측으로 추방할 수 있게’ 돼 있다는 것이다.

자신들이 민간인 관광객에게 총격을 가해 사망하게 해놓고 그에 대한 진상조사와 사과를 요구하자 법질서 위반때만 가능한 남측인원 추방조치란 억지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 우리 정부도 계속 강공 방침

정부는 북한의 담화 발표 이후 긴급하게 움직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오전 청와대에서 소집한 외교안보 관계 장관회의에서 대책을 논의했고, 통일부도 김하중 장관이 주재하는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우리측은 북한의 강수에도 불구하고 기존 강경 대응 방침에서 절대 후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호년 통일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누가 봐도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남북관계뿐 아니라 국제관례로 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특히 김 대변인은 “관광객들이 안심하고 개성지역을 관광할 수 있도록 북한당국이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해, 북한측 대응에 따라 개성공단 관광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