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407
|
지난 27일 오후 경기도 수원지검 대회의실에서 탈북 간첩으로 체포된 원정화씨의 앨범이 공개됐다. 원정화씨의 결혼 사진.
“북한에서 태어나 김일성·김정일 교육만 받고 자랐습니다. 시키는 대로 훈련을 열심히 받았습니다. 저는 남한의 실태를 전혀 몰랐습니다. (남한에) 와서 탈북자들 만나보고 한국 사회를 알게 되니 혼란스러웠습니다. 제가 남한에서 생활하면서 엄청난 잘못을 했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자수하지 못한 것은 북에 있는 가족 때문입니다. 제가 자수하면 (가족들이) 숙청됩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체포됐습니다. 대한민국 법에 감사하고 잘못을 반성합니다.”
여간첩 원정화(35)가 1일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용석)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간첩 혐의로 징역 5년을 구형받은 뒤 한 최후의 진술이다.
원정화는 여기까지 말한 후 울먹이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3, 4초 정도 고개를 숙인 채 흐느낀 그는 말을 이어갔다. “북한의 가족 때문에 마음에 고통을 느끼지만 제가 저지른 행위를 반성하면서 딸과 함께 잘 살도록 선처해주십시오.”
긴 생머리를 묶은 원정화는 비교적 담담한 표정이었다. 재판 도중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재판부 쪽만 쳐다봤을 뿐 검찰이나 방청석 방향으로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검찰측은 “원정화가 미군부대 7곳의 사진을 찍은 후 위치 정보를 북한에 보고하고, 우리 군부대 51곳의 위치와 부대별 특성을 보고한 것은 정경학 등 과거 정예 남파요원들보다도 훨씬 정보의 양과 기밀 수준에서 앞선다”며 실형을 구형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원정화가 계부 김동순의 검거를 도운 점 전향서를 제출한 점 수사에 협조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징역 5년으로 감경 구형했다.
간첩죄는 징역 7년 이상을 선고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재판부가 원정화를 유죄로 인정하면 선처를 하더라도 최저 형량의 절반 이상을 선고해야 하기 때문에 원정화는 징역 3년6월 이상을 선고받게 된다.
신용석 재판장이 “10년 가까이 간첩행위를 계속 수행했냐”고 묻자, 원정화는 “중국에 있을 때는 장군님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탈북자들을 납치하는 등 간첩활동을 열심히 했지만 남한에서는 가치관의 혼란을 느껴 활동도 제대로 하지 못해 질책을 받았고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복용했다”고 대답했다.
재판 과정에서 원정화의 딸은 검찰에 의해 수녀원에 맡겨져 있다는 것과 북한에 있는 가족은 어머니와, 남동생, 여동생 각 1명씩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원정화는 “출소 후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이 전혀 없어 막막하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원정화가 이날 모든 공소사실과 관련 증거를 인정함에 따라 지난달 10일 열린 첫 공판에 이어 이날 두 번째 공판 만에 다툼 없이 선고 공판만을 남겨두게 됐다.
다만 원정화의 국선 변호인은 “수집한 미군부대에 대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는 정도라서 기밀에 해당하는지를 다시 생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원정화에 대한 선고공판은 오는 15일 오전 10시 열린다.
앞서 같은 재판부의 심리로 역시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된 원정화의 계부 김동순(63)에 대한 첫 공판도 열렸다. 수의를 입고 법정으로 들어선 김동순은 까무잡잡한 얼굴에 주름이 있고 볼이 쏙 들어간 마른 모습이었다. 재판장이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를 묻자, 그는 원정화와는 달리 큰 목소리로 “김동순입니다”라며 또박또박 말했다. 피고인석에 앉아서도 그는 내내 고개를 들고 가끔 방청석을 돌아보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다.
검사가 기소 요지를 밝힌 뒤 재판장이 “공소장에 적힌 사실이 맞냐?”고 묻자, 그는 “대부분 사실이 맞지 않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모두 부인하는 취지다”라며 “(객관적) 사실은 맞지만 목적과 취지를 부인한다.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을 알면서’ 등 문구와 ‘피고인 원정화가 보위부 소속임을 알면서’ 등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이후 재판장이 “피고인의 검찰과 경찰 진술은 동의하냐?”고 묻자, 변호인은 “그렇다”고 대신 답변했다. 재판장이 “(김동순이) 원정화(가 작성한) 조서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냐?”고 묻자 변호인은 “그렇다”고 밝혔다.
검찰은 원정화를 증인으로 신청했고 검찰은 30분 이상, 변호인은 1시간 정도 원정화를 심문하겠다고 밝혔다.
재판장은 “원정화에 대해 선고한 뒤 증인심문해도 되냐?”고 물은 뒤 “오는 22일 김동순과 관련된 모든 증인 심문을 하겠다”고 해, 이날은 김동순과 원정화가 한 법정에 서면서 김동순 혐의와 관련된 원정화와 김동순 진술의 차이가 공방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손진석 기자 aura@chosun.com
김진 기자 mozartin@chosun.com
|
|
|
|
|
|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