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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통일전략] 우리는 김정일을 어떻게 볼 것인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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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관리자
 조회 :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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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경애하는 악마」 김일성(金日成)
전범재판에 수십번 서야 하는 사람
지난 7월2일자 조간신문들은 김영삼(金泳三)-김일성(金日成) 남북정상회담 준비 관련 기사와 함께 마카오주재 북한 상사(商社)의 미국 달러 위조사건과 르완다 학살사건 속보기사를 일제히 실었다. 이날 발표된 유엔 보고서의 요지는 지난 3개월간 20만∼50만 명이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르완다의 인종말살정책 책임자들을 전범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것으로 미국 정부는 전범 재판소의 설치를 지지하고 나섰다는 보도였다. 북한 상사(商社)의 달?㎲떻怜퓽?국가가 국제범죄의 사령탑 역할을 하고 있는 북한에게 또 하나의 감투를 씌워준 셈이 되었다. 마약밀조-밀매, 항공기 폭파-외국인 납치 등 국제테러 에다가 화폐위조조직이란 낙인이 더 찍히게 된 것이다.
북한에는 12개소의 정치범수용소에 약20만 명이 갇혀 있다(자세한 실상은 월간조선(月刊朝鮮) 6월호의 「악마와 지옥, 그리고 인간」에 소개돼 있다). 「말을 잘 못한 것」이 죄가 돼 잡혀온 이들의 사망률은 연간 10% 정도로 추정된다(요덕 수용소 출신 안혁(安赫)-강철환(姜哲煥) 증언). 이들 수용소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지난 20여 년 동안 약 40만 명이 수용소 안에서 병들어 죽고 굶어 죽고 맞아 죽고, 또 사고로 죽어 갔다고 추정된다. 앞서 소개된 르완다의 학살은 내전(內戰)의 소용돌이 속에서 다수 종족인 후투족(族)이 소수인 투치족(族)을 도륙 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북한의 金日成-金正日 체제는 동족을, 그것도 불평불만자 성분 불량자 및 그런 사람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신징역에 처하고 노예노동으로써 인간의 생산력을 다 뽑아낸 뒤 폐기처분하고 있다. 르완다의 학살범보다 더 냉혈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이다.
이로써 金日成-金正日은 히틀러, 스탈린과 함께 인간말살적인 수용소를 설치, 운영한 20세기의 악마적 독재가로 인류 역사상 지울 수 없는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金正日은 6·25 전쟁에 대해선 책임이 없지만 지난 20년간 지옥화 된 북한의 인권상황과 그가 직접 지령한 것으로 확인된 KAL 858편 폭파 사건의 주범(主犯)이다. 지난 20년간 북한의 실질적 통치자였던 金正日의 죄상을 金日成과 분리시킬 수는 없다.
북한을 보는 공인(公人)들의 오해와 무지
분단상황의 한국에선 북한, 그리고 金日成-金正日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공인(公人)이 책임 있는 사회활동을 해서는 곤란하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앞으로 金正日을 상대로 하여 어떤 성적표를 남길 것인가 하는 것도 그의 대북(對北)인식이 얼마나 정확하고 철저한가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물론 金대통령은 직책상 북한에 대한 최고급 정보를 접수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북관(對北觀)이란 정보보고서의 활자를 통해 단순히 머리를 써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북한이란 주제를 냉철한 이성과 따뜻한 인간애를 가진 온몸 전체로 부둥켜안고 부딪히며 고민하고서야 비로소 느낄 수 있고 체득할 수 있는 것이다. 올바른 대북(對北)자세의 정립은 하나의 인격적·철학적 각성이자 역사적 통찰이며 도덕적 결단이다.
북한을 자주 왕래하면서 북한 동포 돕기 사업을 벌이고 있는 한 미국 국적의 한국인 사업가는 이렇게 말했다. 『정보기관의 북한 담당자를 만나면 그들이 아주 정확하게 북한의 실상을 꿰뚫고 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직책이 높아갈수록 북한에 대한 피상적 인식과 인민들의 고통에 대한 냉담한 태도를 발견하게 된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대북(對北)정보나 정책에 대해선 밝겠지만 북한 동포에 대한 체감이 없다면 그 정책에 과연 일관성이 있을까. 金대통령은 정보보고서를 잠시 밀어놓고 북한에서 귀순해 온 사람들을 불러다가 밤을 새워가면서 이야기를 나눈 뒤 북(北)을 상대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만약 金대통령이 밤새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면 기자는 강철환(姜哲煥)씨를 상대자로 추천하고 싶다.
지옥에서 살다 온 사람들
함경남도 요덕 수용소에서 소년기의 10년을 보낸 뒤 「악마의 포식」에서 살아남아 북한을 탈출, 2년 전에 한국에 온 강(姜)씨는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체제의 악마성과 인간이란 존재의 위대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청년이다. 강철환(姜哲煥)씨(27·한양대학교 무역학과 2학년)의 「지옥체험」은 월간조선(月刊朝鮮) 6월호, 수용소 동료 안혁(安赫)씨와 함께 쓴 「대왕의 제전」그리고 이번 月刊朝鮮 8월호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 자세히 실려 있다.
·안혁(安赫)씨의 체중은 지금은 70kg, 수용소 시절엔 39kg이었다.
·소·돼지가 먹고 남긴 구유통의 국물을 훔쳐먹다가 보위부원에게 들키면 죽도록 얻어맞는다.
·쇠똥 속에 박힌 콩알을 주워 먹어야만 산다.
·강냉이를 통째로 물고 날아가는 까마귀를 향해서 『그건 내 꺼야!』 하며 모두가 돌을 던진다. 까마귀가 떨어뜨린 강냉이를 향해 수십 명의 인간들이 돌진하여 아귀다툼을 벌인다.
·잡혀온 탈출자를 교수형에 처한 뒤 수용자의 「당성(黨性)」을 시험하기 위해서 매달린 시체를 향해서 돌로 치도록 시킨다. 돌에 피가 묻으면 그 돌을 들어 또다시 던지고….
·쥐를 잡아 번식시켜서 영양을 보충한다.
·병이 들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정신이상자들이 헛소리로써 김일성(金日成)부자를 욕할까 봐 잘 때 동료들이 마스크를 씌워 놓는다. 미쳐도 바로 미쳐야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
·아내가 남편을, 아들이 아버지를 굶겨 죽이고 때려죽이는 사건도 자주 일어난다.
·극한상황에서 모든 인간은 극도의 이기주의자가 되고 동물적 본능으로 돌아가 오직 먹는 것, 그리고 생존하는 문제에 전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달구지를 끄는 소의 등에 탔다고 해서 보위부원에게 벌을 받은 수용자는 소를 대신해서 달구지를 끌어야 했다. 수용자의 위치는 「인간이하」가 아니라 「동물이하」인 것이다.
·수용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완전통제구역(한번 수용되면 죽기 전까지는 내보내 주지 않는 곳)에 수용된 이들은 남녀를 구분하여 생활하게 함으로써 「멸종」을 유도한다. 이들 수용자는 세균무기개발용 생체실험에 쓰인다는 소문도 있다.
·환자가 죽을 때는 발악하면서 김일성(金日成)부자를 욕할까 봐(그리하여 동료들이 화를 입을까 봐) 동료들이 나무토막에 꽁꽁 묶어놓고 방치한 예도 있다.
·보위부의 관리하에 요덕 수용소에선 수용자들로 하여금 9천 평쯤 되는 밭에서 아편을 재배토록 했다. 국가가 아편재배를 주관하는 나라는 버마 북쪽의 아편 밀 재배집단인 군사왕국을 제외하곤 북한뿐일 것이다.
·자유와 부(富)를 희생하고 조국의 품을 향해 달려간 수많은 북송동포들이 특히 수용소에 많이 갇히고 있다(요덕 수용소의 경우 약 5천명, 전체 수용자의 10%). 이는 교포들의 적응이 어렵고 그만큼 불평도 많기 때문이다.
·월간조선(月刊朝鮮) 7월호에 실린 또 다른 수기-함경남도 대홍 수용소(일명 제19호 관리소)에서 탈출, 중국으로 피신해 있는 김영수씨가 써보낸 체험기도 안혁(安赫)·강철환(姜哲煥)씨의 증언과 거의 일치한다. 북한의 수용소를 경험하고 증언이 가능해진 인물로는 위의 세 사람이 있는데 이들이 한 증언내용의 일치는 결정적인 신뢰성을 보장하고 있다.
·김영수씨는 보위부 건물에 방화한 아버지가 공개처형 되는 현장에서 그 아버지를 규탄하는 글을 읽어야 했다고 한다. 이런 반(反)인륜적행태는 세계 행형사(行刑史)에서도 유례가 드물다.
천사의 얼굴을 가진 악마
지난 4월 평양에서 김일성(金日成)과 인터뷰했던 일본 NHK방송의 한반도 전문기자 키시 토시로(岸俊郞)씨는 약 50분 짜리 녹화필름을 청와대로 보내 주었다고 한다. 키시 기자는 『金日成으로부터 위압감과 카리스마는 느끼지 못했으나 인자한 할아버지라는 인상은 받았다』고 했다. 金日成은 키시 기자에게 『내가 북조선을 해방시켰을 때는 인텔리켄차들이 없어서…』 식으로 말하더라고 한다. 키시 기자는 『金日成은 세 가지 신화를 기반으로 하여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했다』고 했다. 자신이 북한을 해방시키고, 6·25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지상낙원을 건설했다는 것.
키시 기자는 『이 세 가지 신화는 전부가 사기인데 그때 김일성(金日成)이가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그 자신도 북한을 해방시켰다고 믿는 것 같았다. 거짓말도 장기간에 걸쳐 진지하게 하면 진실이 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히틀러나 스탈린도 1대 1의 대면(對面)에선 좋은 느낌을 주는 인간이었다. 친절하고 교양 있고(히틀러의 경우) 며칠 뒤 제거해 버릴 부하에게도 식사를 융숭하게 대접하는 사람(스탈린)이 바로 천사의 얼굴을 한 악마의 공통점이다. 키시 기자(記者)는 『金日成의 머리 혹에 혹시 악마가 들어 있어 그를 조종하는 게 아닌지…』라고 농담을 했었다. 위대한 악마는 악마적 시스팀을 만드는 사람이며, 부하들을 악마나 동물로 만들어놓고 자신은 매우 인간답게 사는 존재이다.
굶기기와 집단살인으로 다스려지는 나라
지난 2월에 중국 연길로 탈출한 월북(越北) 서울대학생 출신의 북한동포 박영세(朴榮世)씨(51)는 자신을 숨겨준 사람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글을 배운 사람으로서 북조선의 참상을 알리는 것이 나의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북조선은 굶기기와 집단살인으로 다스려지는 나라입니다』 이틀 뒤 그는 중국 공안원에 붙들려 간호소(看守所)에 수감되었다. 그는 여기서 혀를 깨물어 자살했다.
인간을 굶겨놓고 엄청난 공포를 가하면 말 잘 듣는 모르모트로 변화시킬 수가 있다. 이 상황에선 두 가지 조종수단이 있는데 「식량의 배급 량을 조절하는 것」과 수용소와 처형이란 「공포의 제도화」이다. 북한 주민들의 뇌리를 억누르는 두 가지 생각은 『말 잘 들으면 잘 먹게 되고 안 들으면 수용소 행(行)』이란 것이다.
이것은 그들로 하여금 조건 반사적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의 식량은 거주지·계급성분·직위·노소(老少)·노동의 유무·장애의 유무에 의하여 차별적으로 분배된다. 평양 주민은 지방 주민보다도, 노동당 간부는 보통 사람보다도 더 잘 먹는다. 노인과 장애자는 노동당 간부의 반, 죄수는 3분의 1 정도를 먹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하루에 1천4백∼1천8백kcal의 열량을 섭취해야 한다. 북한의 어린이들은 그 반 정도만을 먹을 뿐이다. 그 누적된 결과는 북한인들을 열성화(劣性化)시키고 있다. 원래 북한 주민들은 남한 주민보다도 체격이 컸다(북방민족의 피가 더 많이 섞인 때문일 것이다. 일본에선 한국과 가까운 큐슈 지방 주민들이 가장 크고 동경 지방으로 갈수록 작아진다).
허물어지는 가족
지금은 남한 주민보다 평균신장에서 10cm, 평균체중에선 15∼20kg이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체질은 열성인자로 유전돼 후손에까지도 영향을 끼칠 것이다. 金日成-金正日의 가장 큰 민족적 죄악은 북녘의 산하(山河)를 황폐시키고 사람들의 심신(心身)을 퇴화시킴으로써 한민족의 총체적 역량을 약화시켰다는 점이다. 싱가포르의 이광요(李光耀) 전 수상이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듯이 동양의 대(對) 서양(西洋) 우세는 화목한 가정이 그 바탕이 된다. 마약을 예로 들면 한국은 산업국가 중에서 마약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한 나라로 꼽힌다.
자녀들 중에서 마약에 손을 댄 아이가 발견되면 가만히 두고 볼 부모는 없을 것이다. 부모가 모두 경찰관 역할을 하면서 가족 내로 마약이 침투하는 것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러나 높은 이혼율로 가정이 파괴되고 있는 서양에서는 그런 상호충고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많은 청소년들이 거리로 팽개쳐지고 마약에 그대로 노출된다.
통일기의 대 혼란이 닥쳐왔을 때 그래도 북한 사람들의 피난처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가족이다. 그러나 북한에선 가족의 결속력이 「어버이수령」김일성(金日成)에 의해서 훼손되었다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박영세(朴榮世)씨는 중국으로 탈출할 때 아내에게 귀띔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신고를 두려워했을 것이다. 정치범 수용소에선 아내가 남편을, 아들이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간다는 증언들이 있다. 가족들을 수용소로 보낸 것은 金日成-金正日체제인데도 가족들은 「죄를 지은」가장(家長)을 증오하게 된다는 것이다.
강철환(姜哲煥)씨도 가족들을 생지옥으로 보낸 할아버지를 저주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차츰 원흉은 金日成-金正日이란 인식에 도달하게 되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탈북(脫北) 벌목공, 중국으로 달아나는 탈북인들 중에는 처자식을 두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처자식들이 당할 고통을 잘 알 텐데도 이런 「가족 버림」이 어째서 가능한가?
패륜의 극치-金日成주의
북한에서 살아가는 고통, 또는 수용소로 가야 한다는 공포가 가족과의 단란한 삶이 주는 행복을 압도하기 때문인가. 또는 가족간의 유대관계가 약화되고 있음을 나타내는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북한의 가족이 정치적 탄압에 의해서 그 화목한 결속력을 상당히 잃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한 북한 전문가는 『북한엔 어버이 수령이 모든 가장(家長)의 권위를 빼앗아 독점함으로써 가정 내의 아버지가 가진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량, 주택 등 국가로부터 받는 것은 모두 어버이 수령이 주시는 것이라고 가르칩니다. 부자간에도 주는 것이 있어야 공경을 받는데 북한의 부모들은 줄 것이 없는 사람들이에요. 북한엔 오직 한 사람의 아버지가 있을 뿐입니다』
가족간의 고발을 장려한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상호감시체제는 가정 파괴로 이어지고 이는 전형적인 반(反)인륜(人倫)이 된다. 동양의 윤리는 선천적인 인연인 효(孝)를 후천적인 인연인 충(忠)보다도 귀하게 여긴다. 공산주의의 본질은 계급투쟁을 장려함으로써 인간 사회에서의 갈등과 증오를 확대시키는 것이다. 후천적 선택인 계급주의는 필연적으로 한 인간의 선천적 조건인 국가와 가족을 경멸하게 만들어 孝와 忠을 동시에 약화시킨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은 역사의식에 바탕을 두는데 金日成-金正日체제는 그 개인의 역사를 국가의 역사 위에 둠으로써 민족의 정통성 마저 부정했다. 국가와 가족, 그리고 역사는 인간관계를 규정하는 3大 조건이다. 이것들을 허물어버린 빈터에 세운 것이 지도자에 대한 우상숭배인 것이다. 북한에선 조선의 역사보다 金日成 일가의 혁명 역사를 더 열심히 가르친다. 한글을 누가 만들었는지도, 이순신(李舜臣)이 누구인지도 모르면서 金正日의 이력은 날짜까지도 달달 외는 북한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국가·가족·전통·역사를 부정하고자 한 사람만 신격화하고 있는 金日成 체제는 패륜의 극치였다. 金日成주의의 요인이 침입하는 곳마다, 그것이 노조이든 학원이든 언론계이든 정당이든, 거기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패륜성인 바 이것은 金日成주의에 내재된 본성인 것이다. KAL858편 폭파범 김현희(金賢姬)는 1989년 봄 기자와 장시간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金양은 기막힌 표현을 했었다. 『남쪽에 와 보니 북한보다도 훨씬 전통과 역사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북쪽에는 His Story만 가르치는데 남쪽에선 History를 가르치더군요』
세계에서 테러를 지령하는 나라는 더러 있지만 金양에게 그랬던 것처럼 테러리스트나 공작원에게 『잡히면 자살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나라는 북한뿐이다. 간첩선은 추격을 받으면 『金日成-正日 동지의 만수무강을 빈다』는 축전을 친 뒤 자폭하도록 훈련받았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신(神)이 다스리는 국가
북한 주민들의 일상 생활을 규율하고 행동 지침을 결정하는 것은 노동당 규약도, 법률도 아닌 「유일사상 확립을 위한 10대 원칙」이다. 김정일(金正日)이 그 기초를 주관하여 1974년에 공포한 이 문건은 기독교의 10계명에 해당하는 것이다. 이 유일사상 10대 원칙의 골자는 『수령님의 교시는 무 오류이므로 토론의 대상이 되어선 안되며 무조건적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무 오류라고 규정한 이가 있다면 그를 「자칭 신(神)」으로 불러야 한다.
그리하여 북한은 김일성(金日成) 유일신이 지배하는 신정(神政)체제로 들어갔다. 북한은 결코 국가가 아니다. 현대국가의 근본은 법치(法治)인데 북한에선 형법이 국가 기밀로 돼 있다. 북한은 종교 집단이며 金日成이란 神의 사망은 여느 국가 원수의 죽음과는 차원이 다른 충격을 주게끔 돼 있다. 지도자가 죽으면(朴正熙처럼) 다른 지도자로 교체하면 되지만 神이 죽으면 무엇으로 바꿔질 것인가?
김일성(金日成) 치하의 북한이 근원적으로 개발할 수 없었다고 보는 쪽에선 金日成 신정체제에 그 원인을 돌렸다. 개방하려면 金日成 교시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금까지의 제도가 잘못 되었음을 인정하고 고쳐나가야 하는데 그것은 金日成 교시의 무 오류성 원칙에 배치된다. 그리하여 金日成 신정체제는 드디어 金日成-金正日까지도 포로로 잡아버렸던 것이다. 金正日이 개방하려면 흐루시초프가 그랬듯이 전임자의 정책을 비판하고 격하시켜야 한다. 金正日이 金日成을 비판하면 자기 부정이 되고, 자기 무덤을 파는 것이 된다. 金正日은 죽은 金日成에 이끌려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인 셈이다.
마적단식 윤리관
김일성(金日成)·김정일(金正日) 및 그 측근들과 자주 어울렸던 최은희(崔銀姬)·신상옥(申相玉)씨에게 기자가 물은 적이 있었다.
-김정일(金正日)과 그 측근은 변태적인 술 파티를 벌이면서 「돌아와요 부산항」같은 남한 유행가를 부른다는데 남한 사회를 동경하기 때문이 아닌가?
『아니다. 「각설이 타령」을 부른다고 각설이를 동경하는가. 그들은 남한 사회를 경멸하기 때문에 부끄럼 없이 남한 노래를 부른다』
-경멸하는 까닭은?
『남한이 잘 산다는 것은 잘 알지만 그까짓 富는 우세한 군사력으로 잡아먹으면 우리 것이 되는 것이야… 하는 배짱을 느낄 수 있었다』
-인민들을 굶주리게 해놓고 저희들끼리 방탕하게 주지육림 속에서 즐기는 것에 대해서 양심의 가책이 없던가?
『없었다. 그들은 꼭 마적단 같았다. 북한이란 마을을 점령한 마적단이 약탈물을 모아 놓고 즐기는 것 같았다. 그들은 북한 인민도, 남한도 다 노획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북한을 이 지경으로 만든 것은 공산주의가 가진 본원적인 악마성과 金日成이란 인격이 가진 패륜성이 중첩된 결과이다. 산중(山中)에서의 게릴라 생활, 그리고 소년의 꼭두각시로 시작한 처절한 권력 장악과정을 통해 金日成은 오직 약육강식의 논리를 체득했고 결국엔 못 배운 인간, 즉 교양이 없는 인간이 돼버렸다. 보수 우익의 기수인 이철승(李哲承)씨(전 신민당 총재)는 金日成을 「앵벌이 두목」이라고 부른 적이 있는데, 이 말은 핵심을 찌르고 있다.
金日成-金正日은 북송된 조총련계 동포 약10만 명을 인질로 삼아 일본 내의 조총련계 약25만 명을 착취하였다. 북한에 있는 가족들 때문에 불평 한 마디 하지 못하면서 매년 수억 달러 어치의 금품을 갖다 바치는 처지에 있는 것이 조총련이다.
『국제 앵벌이 두목』
미국에 사는 북한 출신 동포들을 고향 방문케 하고는 혈육들을 앵벌이처럼 보여준 뒤 달러를 떨구고 가게 만들었다. 남북 이산가족이 몰래 중국에서 만나도록 해놓고는 남한측 가족들이 주는 뇌물을 거두어 가는 것이 오늘날 북한의 적나라한 초상이다. 남한내(內) 북한 출신 경제인들의 망향심을 인질로 잡고 투자를 유도하려는가 하면 핵(核)무기로써 한반도를 인질 삼아 전세계를 향해 몸값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천성이 인질범 체질인 金日成-金正日체제의 본질인 것이다. 스스로 가입한 핵 비 확산조약(NPT)을 어겨놓고는 『앞으로 우리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함과 더불어 안전의 보장은 물론이고 보상금도 달라』고 요구한 그들이다.
국제법질서를 어긴 데 대해서 국제 사회가 처벌이 아니라 보너스를 주어야 할 판이 돼 버렸다. 김일성(金日成)부자는 국제사회의 기본 윤리마저 뒤집으려 했다. 북한 지도부의 이러한 패륜·타락·부패·비(非)양심은 그들이 이제는 더 이상 전쟁을 결심할 수 없는 사람들이 되었음을 암시한다. 전쟁이란 국민과 지도층이 공통의 가치를 향해서 국가와 개인의 운명을 거는 일대 승부이다.
국민들을 굶겨 죽이면서 향연 속에서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그들이 무슨 수로 그런 결단을 할 것이며, 주민들이 과연 그를 따를 것인가. 북한 주민과 북한 지도부 사이의 일체감은 이미 사라졌고 金正日은 주민들로부터 점점 더 멀리 유리될 것이며, 그는 결국 무너지는 共和國의 처참한 황혼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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