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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갑제통일전략] 문민의 힘으로는 남북통일 안된다

글쓴이 : 관리자

軍 상무(尙武)정신 - 국군은 대한민국 사회의 MVP다

'우리의 정직으로 적의 굽은 것을 치면 이긴다'-.
김영삼(金泳三) 문민정부의 비극은 문무겸전(兼全)의 묘미를 몰랐기 때문.
3국 통일을 한 사람은 문민대왕이 아니라 문무대왕이었다.
통일시대의 군인상, 김유신(金庾信)에게서 배우자.

<1997년 10월 한국논단>

우리는 지금 영광된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 민족사에서 통일신라 이후 두 번째의 황금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60만 강병(强兵)과 세계 제11위의 경제력(국민총생산액 기준)으로서 현대 국민국가의 자존을 지키면서, 안으로는 근대화(산업화+민주화)를 자력(自力)으로 달성하고, 이제는 북한을 우리 체제로 편입시켜 통일조국을 완성하는 그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자존심 있는 국봉?진정한 통일무력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내우외환(內憂外患)의 도전을 받으면서 반세기만에 성취했다. 20세기의 마지막 해에 가서 20세기의 MVP(Most Valuable Player=최우수선수상)국가를 뽑는다면 대한민국은 일본, 이스라엘과 함께 강력한 수상후보가 될 것이다. 국내에서는 어떤 직업군(群)에게 이 MVP를 줄 것인가. 만장일치로 군인한테 돌아갈 것이다. 우리 군인들은 건국의 보루가 되고 호국(護國)의 방패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근대화 추진력의 원천이 되었다.

통일은 주석궁에 국군탱크 진주할 때 완성

민주화 시대에는 이 대세에 순응하여 새로운 민군(民軍)관계를 정립하기 위해서 고민하면서 다가오는 통일을 뒷받침할 무력(武力)으로서의 자세를 재정비하고 있다. 바보나 위선자가 아닌 한 어느 누구도 통일은 국군이 평양의 주석궁에 탱크를 진주시킬 때 완성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외면할 수가 없다.

건국. 호국. 근대화. 민주화로 이어진 한국의 현대사, 그 격류의 한복판에 있었던 국군은 다른 모든 직업군(群)과 마찬가지로 수많?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영광에 못지 않은 상처를 입었다. 건국기(期)에는 군내(軍內)에 남로당 조직이 침투하는 것을 막지 못해 여순 반란사건을 불렀고, 그 직후에 있었던 이른바 숙군(肅軍)수사 때는 마구잡이 식 문초에 걸려 많은 억울한 희생자가 생겼다. 6.25동란 때는 엄정한 군기(軍紀)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있었고 자유당. 민주당 정권 하에서는 장교들의 부정축재와 정치권에 대한 아부가 만연하였다.

5.16이후에는 일부이긴 하지만 정치군인집단이 생겨나 군율(軍律)을 어지럽혔고, 민주화시기에는 국가관과 대북관(對北觀)의 혼돈을 사회와 같이 체험하고 있다. 이런 어두운 면들을 계산에 넣더라도 국군의 공과(功過)는 적어도 80점 이상으로 매겨질 것이다. 우리 국군은 단순히 총을 들고 나라를 지키는 데 끝나지 않고서, 야성을 잃은 우리 민족성과 문약한 국가의 유전적 체질을 바꾸는 데 있어서도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주자학이 실종시킨 상무(尙武)정신

우리 민족은 중앙아시아와 몽골 초원을 달리던 기마 유목민족출신으로서의 야성적 전통을 이어받고 말과 활을 주력 무기로 삼아 삼국시대. 통일신라. 고려 때까지는 강력한 군사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고구려 광개토왕이 기마 전법 앞에서 한반도로 원정온 일본의 보병은 참패하고 돌아가 일본에서 비로소 기마 부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고려가 세계최강의 몽골 기마 군단을 상대로 하여 40년간을 맞설 수 있었던 것도 군사력의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유럽의 기사단은 몽골의 기마 군단을 맞아 1년도 버티지 못하고 서유럽을 제외한 유럽의 거의 전부와 러시아를 내주었었다.

우리의 이런 군사적 전통은 조선기(朝鮮期)의 개국(開國)과 함께 지배적 정치이념이 된 주자학(朱子學)의 영향이 사람들의 정신 속으로 스며들면서 변질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조선초기, 세조(世祖)때까지는 문약한 조정이 아니었다. 문화를 꽃피운 임금으로만 부각되어 있는 세종대왕은 북방전선에서 여진족과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오늘날의 한만(韓滿)국경선을 확정시킨 위대한 전략가이자 전쟁지도자였다.

조선초기의 대신들도 현실문제에 밀착되어 있고 융통성이 있는 유자(儒者)들이었다. 조광조(趙光祖)의 실패한 개혁은 명분론을 앞세운 주자학 선비들과 현실적인 기득권 계층과의 대결이었다.

일단 좌절했던 사림(士林)세력은 선조 때부터는 조정의 실권을 장악하게 되고 이때부터 우리의 군사력은 급격하게 약화되기 시작했다. 주자학은 고전을 암송하는 데 능한 사람들이 한 사회의 지배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는 이데올로기이다.

이 엘리트들이 뛰어난 부문은 활쏘기도 말타기도 상업도 공업도 과학도 아닌 오로지 글을 안다는 것이었다. 그 글이란 것도 최신문학이 아닌 수천 년 전에 중국 선현들이 썼던 사서삼경(四書三經) 같은 낡은 지식에 불과했다.

주자학은 이런 고전의 독서를 통해서만 인간이 성인(聖人)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 정도로 도덕적으로 완성된다는 독선을 갖고 있었다. 이런 주장에 어긋나는 학설을 이단시하여 탄압했다. 이 주자학의 직업 관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이었다. 과학자. 기술자. 무역업자. 상인들은 천시되었다. 상업과 공업의 기반이 약화되면 강군(强軍)을 키울 수가 없다.

선비들은 또 전쟁기술을 경멸했다. 대신이 말 타고 활 쏘고 하는 것은 독서에 의한 수양에 반하는 것으로서 상소의 대상이 되었다. 이렇게 하여 우리나라의 독립과 자주를 지켜왔던 군사문화가 파괴되었다.

우리가 왜 식민지가 되고 말았는가. 배운 사람이 적어서, 책이 적어서, 효자 열녀가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군대가 약하고 총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자주국방력의 상실로 식민지 전락

19세기말에 조선을 여행하여 '한국과 그 이웃나라들'이란 명저(名著)를 남긴 영국의 지리학자 이사벨라 비숍여사는 그가 목격한 우스꽝스러운 광경에 대해서 쓰고 있다. 양반들이 말을 타고 갈 때는 세 몸종이 따라간다는 것이었다. 한 종은 앞에서 말고삐를 잡아끌고 가고 두 종은 양반의 엉덩이를 받치고 간다는 것이다.

말달리면서 활 잘 쏘기로 유명했던 우리 민족이 이렇게 되어 버린 것이다. 군사력이 약한 나라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강대국을 섬기는 사대주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 후견인이 바뀌는 국제정세의 변동기이다. 명(明)을 사대하던 중 만주에서 후금(後金)이 일어나자 광해군은 실리적인 줄타기 외교로서 후금을 달래는 데 성공하여 전화(戰禍)를 피할 수 있었다. 선비들은 이것이 사대의 의리를 저버리는 것이라 하여 인조반정(仁祖反正)을 일으킨 뒤 친명(親明)정책으로 돌아갔다.

후금의 후신인 청은 중원으로 쳐들어가기 전에 후방의 위협을 제거한다는 목적으로 조선을 침범하여 인조는 겨울의 언 땅에 소리가 나도록 이마를 찧으며 청 태종에게 항복하는 삼전도의 치욕을 자초했다.

문민(文民)인가 문무(文武)인가

19세기 말 조선의 후계자 청(淸)이 일본과 서세(西勢)의 협공에 의하여 흔들리고 있을 때 조선은 자력에 의한 개화를 뒷받침할 자주국방력이 없어서 식민지가 되고 말았다. 우리가 왜 식민지가 되고 말았는가. 배운 사람이 적어서, 책이 적어서, 효자 열녀가 부족해서도 아니었다. 군대가 약하고 총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1882년 임오군란이 일어나 일본공사관이 불타고 일본장교들이 죽자, 일본은 3백 명의 군인들을 조선으로 보내 내정에 간섭했다.

이에 맞서 청은 3천명의 군대를 보내 권좌(權座)에 복귀한 대원군을 납치하여 배로 실어서 천진으로 데려간 뒤 숨어 있던 민비(閔妃)를 찾아내 다시 복권시켰다. 당시 조선의 인구는 1천만 명을 넘었는데 1개 연대의 외국군대도 막지 못했다. 이때 이미 조선은 망했던 것이다. 자주국방능력이 없는 상태에서 김옥균(金玉均)일파는 개혁을 한다면서 일본의 힘을 빌어서 쿠데타를 일으키려다가 실패하여 수구(守舊)세력의 반격을 불러내 자력에 의한 개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주자학 선비들은 임진왜란(壬辰倭亂)직전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조선침략 의도에 대한 평가마저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위험이 있다' '없다'로 맞서 싸우는 통에 선조(宣祖) 임금이 국력을 총동원하여 방비태세를 세우려는 것을 방해하였다.

결국 군사와 상공업을 경멸해온 선비정권은 한국인의 피 속을 흐르고 있던 야성과 상무정신을 고갈시켰고, 그 종착역은 일제식민통치 36년이었다. 해방 뒤에 왕정복고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은 민중들의 마음속에서 이미 주자학 선비들이 주도했던 조선조에 대한 미련이 깨끗이 사라졌음을 뜻한다.

분단에 의해서 남한은 사실상의 섬이 되었다. 해양. 해외로 나가서 생존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정학적 조건이 조성되었다. 남한은 이승만(李承晩)의 지도에 의해서 해양세력 편에 서는 바람에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상공업을 발전시키게 되었다.

30년만의 문민정부라는 거짓말

6.25동란을 계기로 최강의 집단으로 등장한 군대는 과학적 경영법의 기준으로는 가장 선진 된 조직이기도 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한 국군은 5.16이후 한국사회를 근대화시키는 견인차가 되었다.

군인과 기업인이 사회의 주역으로 등장하여 대외(對外) 지향적 진로를 개척한 것은 선비들이 주도해온 한국 역사상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이 이례적인 현상이 주자학의 관념적 도덕론에 의해 5백년도 넘게 눌려 있었던 민족의 야성에 불을 붙였고 민족에너지의 대 폭발을 불러와 세계가 경이적으로 쳐다보고 있는 쾌속의 질주를 가능케 한 것이다.

1993년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은 30년만의 '문민정부'란 거짓말로써 임기를 시작했다. 노태우(盧泰愚) 정부까지도 군사정권으로 규정한 것이다. 국민직선에 의해서 뽑힌 대통령을 군사정권이라 하면 아이젠하워 정부나 드골 정부도 군사정권이 된다. 더구나 김영삼 자신은 그 '군사정권'의 집권당 대표가 아니었던가. '문민'이란 단어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철거한 논리대로라면 철거해야 할 단어이다. 한국역사에서 문민통치는 조선기 선비정치가 보기가 된다. 김영삼 정부는 거의 정확하게 이 주자학 선비정권의 이데올로기와 행태를 되살리기 시작했다.

선비들은 돈벌이를 증오하거나 경멸하도록 가르쳤다. 청빈(淸貧)을 최고의 덕목으로 내세웠다. 가난을 미화하고 무능을 위장하는 데 지금도 자주 쓰이는 용어이다. 공직자들이 깨끗한 나라는 예외 없이 부자 나라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청렴한 공직자를 기대하는 것은 인간성에 대한 통찰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부자들이 고통받도록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실제로 검찰의 한 고위 간부는 재산 공개 때 돈이 많다는 것 단 하나의 이유로 사표를 써야 했다. 금융실명제는 정치권의 부패를 줄이는 데 실패했고, 돈 가진 사람들의 모험심과 돈벌이 의욕을 죽이는 데는 성공했다.

김영삼 대통령의 측근과 아들은 실명제의 뒤안길에서 대선 잔금(大選殘金)을 관리했다. 선비들은 군사적 지식에 어두웠고, 군사적 활동 자체를 기피했다. 다 알다시피 김영삼 대통령은 6.25동란 때 후방에서 안전하게 있으면서 총을 잡아보지 않았다. 그의 주변에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사람은 많아도 군대복무를 정상적으로 한 사람은 적었다.

그는 과연 전(全).노(盧)보다 깨끗한가

지금 신한국당의원들의 군 현역 비(非)복무율은 야당보다도 높다. 1995년 월간조선(月刊朝鮮)이 김영삼 정부의 장 차관, 수석비서관, 시장 도지사 등 파워 엘리트들에 대한 병역(兵役)조사를 했더니, 3분의 1이 군대에 가지 않았음이 밝혀졌다. 차관급의 42%가 군대에 가지 않았다.

일반 국민들의 군면제율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군대에는 갈 수 없을 만큼 허약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을 이렇게 중용 했으니 건전한 안보, 대북(對北)정책이 생산되리라고 기대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김영삼 대통령 자신부터가 1987년 대선(大選)때는 전술핵과 원자로를 구별할 수 없음을 드러내었고, 1992년 대선때는 '김일성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대해서 '평가를 유보하겠다'고 답했다.

그 김일성이 죽었을 때는 정말로 평가를 유보하고 오직 '정상회담이 무산되어 아쉽다'는 말만 했다.

민족의 원수에 대한 이런 애매한 태도를 틈타서 난데없는 김일성 조문론이 불거져 나와서 좌익들의 행패를 자초했다. 문민정부란 말에는 군인이 낄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글을 아는 사람들, 쉽게 말하면 사(士)자 계급에 속하는 교수, 기자, 검사, 정치인, 관리들끼리 운영해 보겠다는 뜻이 느껴지는 난폭하고 배타적인 단어이다. 언어는 한 인간이 사고(思考)를 반영하고 그의 행동을 통제한다.

김영삼 대통령의 행태는 문민적 이었다. 문민적 이란 뜻은 자기도 지킬 수 없는 위선적 도덕론을 정치무기로 삼아 정적(政敵)을 무력화시키는 주자학적 당파싸움의 수법을 포괄한다. 누구나 다 아는 대로, 한국에서는 직선(直選) 대통령이 자동적으로 가장 부패한 정치인이 된다.

김영삼 대통령은 가장 깨끗한 정치인으로 자처했다. 워낙 그 위장이 뛰어나 대선 자금을 많이 거두기는 했겠지만 그 잔금은 자신의 호주머니에는 넣지 않고 당의 공금으로 넘겼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그의 아들 김현철(金賢哲)에 대한 수사는 어중간하게 끝났지만, 이 기대가 어리석었음을 깨우쳐 주기에는 충분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그의 친인척 및 측근들이 관리하고 있을 거액의 대선 잔금을 다 노출시키고 압수하는 일은 다음 정권하의 기자와 검사의 몫으로 넘어갔지만.

이 사실 확인작업이 끝나기 전에는 그에 대한 평가는 유보적일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감옥에 있는 전두환, 노태우 두 대통령보다 김 대통령이 더 깨끗하다는 증거는 없다.

수도 기계화사단의 역대 전사자가 1만1천명을 넘고, 육사 8기의 경우 6.25때 3분의 1 이상이 전사했다. 국가를 위해 흘린 피는 민주화를 위해서 흘린 피에 못지 않은 가치를 갖고 있다.

문민의 힘으로는 남북통일 안 된다

문민적 이란 뜻은 무능을 포괄한다. 선비들은 과학적이고 실용적인 지식을 경멸했으므로 남을 깎아 내리고 모함하는 논리의 개발에는 천재성을 발휘하지만 건설하고 해결해내는 능력은 약하다. 김영삼 정부의 무능성은 경부고속전철사업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철거에는 그토록 과감하던 사람이 건설에 있어서는 왜 이토록 지리멸렬(支離滅裂)인가. 한국행정능력의 자랑이었던 '해내는 정신'은 어디로 갔는가. 철거. 정적(政敵)수사에는 과감하고 건설. 북한. 경제 분야에서는 왜 이런가.

그 이유는 문민(文民)이란 일제(日製) 용어 속에 숨어 있을지 모른다. 3국을 통일한 임금은 문민대왕이 아니라 문무대왕이었다. 문민의 힘으로서는 남북통일이 안 된다는 의미가 여기에 숨어있다. 문무겸전(文武兼全), 즉 선비정신과 무사정신을 겸하여야 비로소 온전한 인격과 지도력, 그리고 국가를 갖출 수 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소위 '문민대통령' 김영삼이 필요로 했던 것은 군인정신이었다.

<간첩 검거자 비교>

군인정신이 없는 문민은 위선자, 사대주의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선비정신이 없는 군인은 무례한 폭한(暴漢)이 될 것이다. 이순신(李舜臣), 김유신(金庾信), 박정희(朴正熙)는 선비 같은 군인이었고 세종대왕, 정조(正祖), 이승만(李承晩)은 군인 같은 선비였다. 군인정신의 요체는 정직. 명예. 애국심이고, 선비정신의 핵심은 교양과 논리, 그리고 도덕성이다.

선비 같은 군인 김유신이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남긴 말은 어떤 철학자보다도 사물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장수된 자는 나라의 간성(干城)이요, 임금의 어금니로서 화살과 돌이 쏟아지는 속에서 승부를 결단할 수 있어야 한다. 위로는 천도(天道)를 얻고 아래로는 지리를 얻고 가운데로는 인심을 얻은 후에야 성공할 수 있다.

우리 신라는 충절과 신뢰로써 살아있고 백제는 오만으로 망했다. 고구려는 교만해서 위태해졌으니 우리의 정직으로써 저들의 굽은 것을 치면 이길 것이다.' 위의 짧은 말속에 남북무력대치상황에서 군인 된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전략과 기술, 그리고 생활신조가 다 들어 있다. 1천3백년의 시공(時空)을 뛰어 넘어 우리의 가슴을 치는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소정방(蘇定方) 물리친 김유신의 의지 닮으라

김유신은 백제를 멸한 뒤에 당(唐)의 소정방(蘇定方)이 신라까지 넘볼 때 어전회의에서 이렇게 발언한다. 태종무열왕이 "당 나라가 우리를 도와서 적을 무찔러 주었는데 이제 와서 싸운다면 하늘이 우리를 돕겠는가"라고 약한 말을 한 데 대한 반응이다. "개는 그 주인을 두려워하지만 주인이 다리를 밟으면 물게 되어 있습니다.

어찌 우리가 위기를 당해서 스스로 우리 자신을 구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신라의 대당(對唐)결전의지에 놀란 소정방은 빈손으로 돌아가서 당(唐)고종에게 귀국보고를 한다. 고종은 "왜 신라마저 치지 않았는가"라고 물었다. 소정방은 이렇게 대답했다.

국군은 우리사회 MVP답게 자존 가져라

"신라는 그 임금이 어질고 백성을 사랑하며 신하가 충성으로 나라를 섬기고 아랫사람은 윗사람 모시기를 부형(父兄) 섬기듯 하니 비록 나라가 작아도 함부로 도모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 말에서 우리는 강대국들에 둘러싸인 한국의 생존전략, 그 핵심을 얻을 수가 있다. 박정희가 '고슴도치전략'이라 부른 것이다. 고슴도치가 침을 세우고 웅크리고 있으면 아무리 큰 맹수라도 손을 댈 수가 없는 것처럼 당차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 그것을 위해서는 상하의 격의 없는 내부단결이 필요하다.

김영삼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문민. 수구세력. 음해세력이란 용어를 구사하여 국민들을 편가르고 내부의 단결을 어지럽혀 국론의 분열현상까지 불렀다.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군인정신이었을 뿐 아니라 진정한 선비정신이었다. 선비로서의 교양, 거기서 우러나오는 균형감각이 부족했다는 얘기이다.

문민이 정말 문민다우려면 그 언어가 격이 높고 정확하며 진실해야 한다. 하느님도 어쩔 수 없는 과거사인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비(非)과학적 용어를 국가의 목표로 세웠다. 검증되지도 않는 속설을 따라서 일제(日帝)가 박은 쇠말뚝을 뽑는다면서 '풍수적 마녀사냥'에 국가기관을 동원하였다.

군인 기업인 관료가 중심이 되어 지난 50여 년간 건강하게 바꾸어 놓은 우리나라의 체질은 그러나 이런 김영삼 정권의 복고적(復古的) 도전을 극복해가고 있다. 올해 들어서 발생한 김영삼 대통령과 민주계의 정치적 무력화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높은 평가는 대한민국의 체질 속에 강력한 항체가 생겼음을 보여 주고 있다. 국군은 우리 사회의 MVP 답게 자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 자존심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가장 많은 피를 흘렸다는 게 있다. 수도기계화사단의 역대 전사자가 1만1천명을 넘고, 육사 8기의 경우 6.25때 3분의 1 이상이 전사했다. 국가를 위해 흘린 피는 민주화를 위해서 흘린 피에 못지 않은 가치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일부 군 고위층이 위선적 문민의 논리에 영합하려고 애쓰는 추한 모습이다. 북한을 향하여 화해를 이야기하고, 사회를 향하여서는 군의 민주화를 이야기해야 민간의 박수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군인들은 삼국사기의 김유신열전을 읽어야 한다.

자존. 자부심 없는 군인의 무기는 고철

1995년에는 국방부가 만든 6.25 포스터에서 6.25를 '형제가 형제의 가슴에 총을 쏘았던 아픈 기억'이라고 정의한 데 대해서 한 젊은 기자가 문제점을 지적하자 국방부 고위인사는 "왜 이것이 문제입니까"라고 반문했다. 적과 동지의 개념도 없고 침략자와 피해자의 구분도 없는 이 감상적인 문구에는 김영삼 정부의 북한. 군대. 통일에 대한 이상한 시각이 투영되어 있다.

한때 공산주의에 빠졌었다고 스스로 고백했고 민주화운동을 하느라고 군대에 안 갔다고 당당하게 말했던 김영삼 정부 초기의 한 핵심 측근은 "조국을 위해서 밤을 새워 울어본 사람이 아니면 우리를 비판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의 공언을 한 적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논리에 일부 군인들이 영향을 받고 있었다는 의구심을 뒷받침하는 것이 6.25포스터이다. 논리와 이념과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아 자존심도 자부심도 없는 군인들이 가진 무기는 고철이다. 김유신이 말한 대로, 적의 굽은 것을 칠 수 있는 우리의 정직을 국군이 어떻게 내면화할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문제이고 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