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북한운동연합
 
[김성민의북한문학] 1000만 달러어치의 양심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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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1만 명 시대”에 동료들에 대한 나의 관심은 오히려 적어 졌다. 그 많은 탈북자들을 다 알 수도 없고 알아야 할 이유도 없다는 도피의식 때문이었다.

십여 명 내외로, 하루 만날 수 있는 탈북자들로 행동반경은 좁혀졌고, 혹간 개별적 연유로 만나는 경우에도 “찾아가는 조건”이 아니라 “찾아오는 조건”이 약속 되군 했다.

그러던 지난 17일 한통의 전화가 날아왔다.

형님, 나 천만 달러 벌었어요.
그래? 천만 달러면 얼마냐, 한국 돈으로.
대충 92억 정도 돼요.
로또 맞았냐? 나 농담할 새 없고, 후에 식사나 한번 같이 하자.

붕~하는 수화기의 여음 속에 뭔가 아쉬움이 묻어 있는 듯 했지만“미안, 운전 중”하며 종료 버튼을 눌러버렸다.

낮에 다시 전화가 왔다.

형님, 나 방송에 나가요.
그래? 나쁜 일 한게로구나.
좋은 일로요.
요새두 탈북자 잘 했다는거 방송에 나가니? ...
나 손님 바래주려 공항 가는 길이니까 후에 다시 전화하자.

오늘 아침 어느 인터넷신문의 기자가 탈북자 최승철씨의 전화번호를 물어왔다.

최승철씨 전화번호 좀 알려주세요.
어제 전화가 오긴 했는데 찾아봐야해. 알아봐 주련? 근데 왜?
천만 달러 소식 들었어요? 은행에서 실수로 최승철씨의 계좌로 넣은 건데 도로 반납했대요.
잠간만, 방금 누구라고?

포털 사이트들을 돌며 "탈북자 최승철"을 쳐 댔다. 그런데 탈북자 최승철은 어느 사이트에도 나와 있지 않았다.

너 기사 났다고 했는데 어디 났냐?
여기저기 났던데요?
근데 왜 내 눈엔 안보이지?
그냥 제 이름 치면 포털에서 다 검색 되는데요?

어쩌다 대한민국 언론이 탈북자란 말을 빼 버렸다. 안 좋은 뉴스 때는 탈북자 누구라고 항상 섞어 넣더니 말이다.

정말이구나, 천만 달러. 갖구 튀지 그랬냐.
흐흐흐...
심장 안 뛰던?
탈북 할 때보다 더 뛰었어요. 근데요, 량심이 허락칠 안트라구요.

사투리에 섞인 양심이란 말이 성큼 다가왔다. 일부에서 껌 값으로도 치지 않는 양심을 부둥켜안고 "남조선에서의 오늘"을 살고 있는 수많은 탈북 동료들의 모습도 밟혀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최승철이다. 그는 북한에서 의사였고, 남한에서 노래방 사장에 탈북자 신문(새동네)사장을 비롯, 두로 안 해본 일이 없는 사람이다. 한편으론 탈북자 출신 외한딜러와의 각별한 관계 속에 외환 중계업도 하고 있었다.

천만 달러를 돌려준 값으로 모 은행에서 보내준 10만원 상당의 꽃이 최승철의 책상위에서 오래 오래 향기뿌리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