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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민의북한문학] '옥수수와 맞바꾼 김일성 사진', 김정은 사진의 가격은?
 글쓴이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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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숫자 1은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을 뜻하고 있다. 또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관한 모든 것을 1호라고 지칭하고 있다. 관련 행사는 1호 행사요, 최근 김정은이 민심장악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기념사진’은 1호 사진이다.

과거 김일성, 김정일도 인민성 및 선군정치를 강조하면서 ‘기념사진’에 몰두한바 있다. 이런 사진은 일반사진사나 기자가 찍는 것이 아니라 노동당선전부의 통제 하에 ‘중앙통신사’ 혹은 노동신문 ‘특별보도 반’ 이름으로 언론들에 제공된다.

집단주의를 강조하기위해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각종 형태의 ‘대회사진’이 있는가 하면 10여명 정도의 그룹사진과 때로 한두 명 ‘접견’자의 어깨를 끌어안고 찍은 사진도 등장한다. 이렇게 3김과 찍은 사진을 북한주민들은 ‘영광’으로 간주하며 사진은, 가보로 보존한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북한주민들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만나 사진 찍을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기 때문이며 1호 사진 촬영은 '준비된' 사람들만의 몫이기 때문이다. 준비된 사람이 되기 위해선 당과 국가를 위해 특출한 공을 세워야 하며 일단, 검증되어야 한다. 

이러한 대중심리에 1호 사진의 인위적인 ‘권위’가 또 가미된다. 김일성이 기념사진에 정식 데뷔한 1967년부터 현재까지 거의 50여 년간 ‘수령을 중심에 모신’ 사진패턴은 고정불변하며 사진촬영에 동원된 엑스트라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린다.

이제는 옛말이 된 이야기지만 김정일 정권 초기만 해도 이른바 수령을 접견하고 기념사진을 찍은 개별적 인물들은 남보다 노동당에 먼저 입당하거나 발 빠른 진급과 훈, 포상이 보장되기도 했다. 유리 한 장, 액자 하나 구하기 힘들던 시절엔 제법 무계 있는 액자를 ‘수여’받기도 했다.

지금은 꽝이다. 김일성 때부터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었는지 헤아릴 길이 없는 거다. 간혹 개별적으로 김정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기념사진을 찍은 인물들에 대해서는 아직도 별도의 관리가 이루어지는 것은 맞지만 1호 사진 한 장이 가보가 되던 시기는 벌써 지나가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버지가, 김일성과 찍었던 1호 사진이 나를 살렸다”고 말한 탈북민이 있었다. 30대 중반의 탈북여성으로 2000년대 초 북한을 탈출해 중국을 떠돌다가 강제북송 되어 북으로 끌려갔던 여성의 말이다.

“1년 간 교화소 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어머니는 몸져 누워계시고 집안에 남아있는 게 하나도 없었어요. 운신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아팠지만 그대로 있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실 것 같아 벽에 걸려있던 1호 사진을 들고 이웃마을 먼 친척을 찾아 갔습니다” 

사돈에 팔촌벌이 될까 말까 한 친척이지만 이따금 집에 들려 선 난 왜 저런 사진하나 없는 가고 푸념하던 사람이었다고 한다. 외화벌이 바람에 살만해 지자 1호 사진 하나쯤 방안에 걸어놓고 ‘폼’잡아 보려던 그 친척이 생각나 단숨에 달려갔고, 옥수수 열 자루와 맞바꾸었다고 했다. 

평양 방직공장에서 일하다가 탈북한 김선숙 씨는 “본관 정문에 방직공들이 김정일과 함께 찍은 사진이 크게 걸려있다. 800명이 함께 찍은 사진이어서 누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가 없는 단점을 이용해 이 사진을 다시 카메라에 담아서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있다”고 했다.

방직공장 여성들의 경우 결혼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가공된 1호 사진’이 필요했다면, 위 탈북여성의 경우는 굶지 않기 위해 ‘영광의 사진’을 옥수수와 맞바꾼 경우이다. 지난 해 탈북한 대위출신의 한 탈북자는 1호 사진을 돈으로 사서 제대될 때 갖고 가는 사람도 있다는 증언을 했다.

포병대회며 정찰병 대회며, 이른바 대회참가자 명목으로 찍은 군인집체사진일 경우 꼭 같은 군복에 꼭 같은 모자를 쓰고 도열한 군인들 가운데 비슷하게 생긴 사람을 꾹 찍으며 ‘이게 나다!’고 말하면 그만이라는 이야기다. 10년간의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갈 때 빈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 위상이 크게 변했지만 아직까지 주민들의 의식구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1호 사진, 유추해 보건대 김일성의 얼굴이 들어가 있는 사진은 옥수수 몇 자루와 맞바꿀 수 있고 김정일과 찍은 군인집체사진은 대략 3만~5만원, 쌀5㎏을 구매할 가격이면 얻을 수 있다.

김정은과 찍은 이른바 1호 사진은 가격을 논할 가치조차 없어지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김성민